조용히 하늘 위에서 거대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넷을 땅이 아닌 하늘에서 보내주는 기술, 바로 ‘저궤도 위성 인터넷’입니다.
처음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처럼 들렸죠. 하지만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는 세계 최대 기업들이 통신 패권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터 한복판에,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하늘에서 받는 시대
‘저궤도 위성 인터넷’이란, 말 그대로 지구에서 가까운 궤도(약 500~2,000km)에 떠 있는 위성을 통해 통신을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보다 훨씬 가까워 데이터가 빠르고 끊김이 적으며, 지연시간(Latency)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속도 때문만이 아니에요.
- 산간 오지나 도서 지역처럼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인터넷 가능
- 지진, 산불, 전쟁처럼 기지국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통신 유지 가능
- 군사, 항공, 선박, 구조 현장 등 전략적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 발휘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스타링크 위성이 현장의 통신 인프라를 유지하며 실시간 지휘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죠.
아마존의 조용한 한국 진출
세계 최대 유통·IT 기업 아마존도 이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마존은 2023년 5월, 서울 강남에 ‘아마존카이퍼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하며 한국 시장에 조용히 발을 들였어요.
이들이 준비 중인 위성 프로젝트의 이름은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
총 3,236개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 전 세계에 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시험 위성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마존은 특히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아마존웹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단순한 소비자용 인터넷을 넘어 기업용, 정부용, 클라우드 연계형 위성 네트워크까지 확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그리고 원웹의 도전
물론 아마존보다 한 발 앞서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입니다.
스타링크는 이미 2024년 기준 7,100기 이상의 위성을 운용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용 서비스를 제공 중이에요.
한국에서도 법인 등록을 마쳤고, 올해 6월부터 정식 서비스 개시가 유력합니다.
한편 영국의 **원웹(OneWeb)**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위성 수는 약 648기로 다소 적지만, 한국의 한화시스템과 협력하며 국방 및 특수 통신 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즉, 지금 한국 하늘 위에는
- 스타링크(가장 빠른 실전 배치)
- 아마존 카이퍼(강력한 기술과 자본력)
- 원웹(방산 협력 기반의 특화 전략)
이렇게 세 개의 글로벌 거인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외국 위성 기업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단순히 ‘들어오고 싶다’고 할 수는 없죠.
그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철저한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 먼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 국경 간 위성 통신 공급 협정도 체결해야 합니다
현재 스타링크는 이 절차를 마무리했고, 원웹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심사 중입니다.
아마존은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어요.
일반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거예요. “우리도 쓸 수 있을까?”
현재 위성 인터넷은 일반적인 LTE나 Wi-Fi처럼 쉽게 연결되지는 않아요.
**수신용 안테나(터미널 장비)**를 별도로 구입해 설치해야 하고, 가격도 다소 높습니다.
하지만 위성 인터넷은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 외딴 섬, 산골 마을, 해양 지역
- 항공기나 선박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 산불이나 홍수, 전쟁 등 기지국이 사라진 곳에서 유일한 통신 수단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낮아진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스마트폰을 들고 ‘하늘과 직접 연결된 인터넷’을 사용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미래는 위에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인터넷이, 앞으로는 케이블도, 기지국도 없이 하늘을 통해 도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서, 지금 한국은 글로벌 위성 통신 삼국지의 전장이 되었습니다.
아마존, 스타링크, 원웹.과연 누가 먼저 한국 시장을 선점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얼마나 더 자유롭고 넓게 만들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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