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AI를 가장 빨리 쓰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정작 한국 AI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의 생성형 AI 시장을 보여주는 숫자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묘한 느낌이 듭니다.
AI를 사용하는 속도도 빠르고, 새로운 서비스에 돈을 쓰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사용하는 AI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보면 대부분 해외 서비스입니다.
한국 스마트폰 10대 중 9대에 생성형 AI가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관련 보도에 따르면 ChatGPT, Gemini, Claude, Perplexity, Grok, 에이닷, 뤼튼 등 주요 생성형 AI 앱의 2026년 6월 총 실행 횟수는 약 20억 8,300만 회에 달했습니다.
2년 전 같은 달에는 약 1억 5,900만 회였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약 13배로 커진 셈입니다.
더 놀라운 숫자는 설치율입니다.
주요 생성형 AI 앱 설치 비율이 **89.1%**로 조사됐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가운데 거의 9명이 생성형 AI 앱 하나쯤은 설치해 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정도라면 생성형 AI는 더 이상 일부 얼리어답터나 개발자만 사용하는 도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검색하고, 번역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업무 자료를 정리하는 일상적인 도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AI는 대부분 해외 서비스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2026년 4~6월 월평균 사용자 수를 보면 시장의 구조가 상당히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ChatGPT 약 2,362만 명
Gemini 약 895만 명
Claude 약 298만 명
Perplexity 약 173만 명
Grok 약 141만 명
상위 5개가 모두 해외에서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국내 서비스 가운데서는 에이닷이 약 122만 명, 뤼튼이 약 79만 명 수준으로 뒤를 잇습니다.
ChatGPT와 에이닷을 비교하면 약 19배 차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성형 AI가 엄청난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지만, 그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직 국내 기업이 아닌 셈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2위 싸움이다
현재 ChatGPT의 사용자 규모가 압도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끝난 것은 아닙니다.
최근 1년간 증가세를 보면 Claude 사용자는 약 12배, Gemini는 약 10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같은 기간 ChatGPT의 증가율은 약 34%였습니다.
즉, 1위는 아직 견고하지만 그 뒤에서는 상당히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기능이 좋아지면 사용자가 생각보다 쉽게 이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AI 시장에서는 몇 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보다 **“지금 어떤 모델이 더 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치열한 경쟁에서 아직 국내 AI 서비스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인은 AI에 돈도 잘 쓴다
사용량보다 더 눈에 띄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결제입니다.
2026년 상반기 한국 iOS 생성형 AI 앱 시장을 다룬 보도에서는 매출 상위권 역시 글로벌 AI 서비스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Claude입니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Claude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41.1%로 압도적인 1위지만, 그다음이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인구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한국은 AI 시대의 ‘슈퍼 얼리어답터’일지도 모른다
이 숫자를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시장의 강점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빠르게 시험해 보고, 유용하다고 판단하면 무료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유료 구독까지 시작합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됐던 것처럼 생성형 AI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새로운 AI를 빨리 사용하고, 비교하고, 좋은 서비스에는 실제로 돈까지 지불하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한국 사람들이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시장 중 하나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AI의 대부분이 해외 서비스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ChatGPT를 쓰고, Gemini를 쓰고, Claude를 쓰고, Perplexity와 Grok까지 빠르게 경험합니다.
사용자는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시장의 수요도 충분합니다.
결제할 의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 AI 대신 선택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국내 AI 서비스입니다.
한국은 AI 시대에 뒤처진 나라가 아닙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빠르게 AI 시대에 들어온 나라에 가깝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 거대한 수요를 해외 기업들이 먼저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한국 사람들이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할까?”가 아닙니다.
이미 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AI를,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서비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년간 국내 AI 산업에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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