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업계의 돈과 권력, 그리고 그림자가 동시에 움직인 하루였습니다. 창업 1년 된 AI 스타트업이 10억 달러를 유치했고, 오픈AI는 "자면서도 일하는" 에이전트를 내놨습니다. 백악관은 AI 차르를 임명했고, 국내에서는 AI 도구를 앞세운 해커가 7개 금융사를 뚫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0월 5일의 핵심 AI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1. Instinct, 10억 달러 시리즈C 유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번 주 미국 스타트업 펀딩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이었습니다. 크런치베이스가 10월 3일 공개한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일상 업무용 개인 AI 어시스턴트를 만드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인스팅트(Instinct)가 1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세쿼이아캐피털, 벤치마크, 코투가 참여한 이번 라운드에서 인스팅트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로 평가됐습니다. 창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회사입니다.
인스팅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베팅은 '에이전트'라는 키워드로 수렴합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이용자의 일상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개인 비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주 상위 펀딩 라운드가 대부분 AI에 몰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임대주택 업계용 AI를 만드는 엘리스AI(EliseAI)는 3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AI 칩을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C스케일(CScale)은 엔비디아와 인텔의 지원을 받아 1억 4천5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AI 칩의 연산부와 메모리 칩을 레이저 빛으로 연결하겠다는 볼랜티스(Volantis)도 8천800만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 interconnect까지, AI 스택 전 층위에서 자본이 몰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열기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뉴욕증시에서는 빅테크의 천문학적 AI 자본지출이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며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돈이 몰리는 속도와 돈이 버는 속도의 간극이, 시장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2. 오픈AI DevDay의 주인공 'Dots'…"자면서도 일하는" AI 에이전트
오픈AI가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 센터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 2026'을 열고 20개가 넘는 신제품과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2천500명의 개발자가 모인 이번 행사의 중심에는 'Dots(도츠)'라는 이름의 상시 가동 AI 에이전트가 있었습니다.
도츠는 오픈AI의 최고 성능 모델인 GPT-6 아스트라(Astra)를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이용자가 목표와 권한을 설정해두면, 도츠는 전용 클라우드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이용해 4천 개가 넘는 앱과 연동하며 일을 계속 진행합니다. 상황이 바뀌면 다음 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이용자의 결정이 필요할 때는 먼저 메시지를 보냅니다. 챗GPT,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에서 호출할 수 있습니다. "시키는 AI"에서 "대신 일하는 AI"로, 에이전트 경쟁의 무대가 본격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표입니다. 도츠는 챗GPT 프로와 비즈니스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우선 제공됩니다.
함께 공개된 새 모델 GPT-6.1 솔(Sol)도 주목할 만합니다. 아스트라급 성능을 내면서도 토큰 가격이 아스트라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입력 100만 토큰당 2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10달러로, 챗GPT 워크·코덱스·API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조가 있습니다. 오픈AI는 데브데이 바로 전날, GPT-6.1 아스트라가 내부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출시를 보류했습니다. 최고 성능 모델은 '안전'을 이유로 멈춰 세우고, 가성비 모델과 에이전트 상용화는 가속하는 투트랙 전략인 셈입니다.
이 밖에도 코덱스에서 최대 8배 빠른 토큰 생성을 제공하는 '울트라패스트'(초당 최대 300토큰), 월 500달러에 플러스의 25배 사용량을 제공하는 '프로 500' 요금제, 팀과 에이전트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챗GPT 스페이스' 등이 발표됐습니다. 오픈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안전이 요구될 때는 프론티어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3. 트럼프, 'AI 차르'에 국가정보국장 제이 클레이튼 지명…120일 내 보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4일(현지 시간) 국가정보국장 제이 클레이튼을 백악관의 새 'AI 차르'로 지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클레이튼이 신설 조직인 '슈퍼 인텔리전스 포스(Super Intelligence Force)'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조직은 "미국이 슈퍼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세계를 계속 선도하도록" 연방정부의 대응을 총괄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클레이튼이 이끄는 태스크포스는 AI의 위험과 기회를 검토하고 연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권고하는 보고서를 120일 안에 제출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직 구성원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 인사관리처(OPM) 국장 스콧 쿠포어,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 에밀 마이클이 포함됐습니다.
클레이튼은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올해 국가정보국장에 인준됐습니다. 이번 인선은 지난 10월 2일 '슈퍼 인텔리전스' 행정명령에 이은 후속 조치로, 정책 구상에서 실제 인선과 시한으로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한편 백악관은 이번 주 공식 웹사이트를 AI 기반으로 개편한 '아메리카닷거브(America.gov)'로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지난 6월 행정명령에서 "과도한 규제가 AI 혁신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조를 밝힌 바 있어,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행정부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4. 미국 주도 15개국 'AI 과학 선언'…교토 비전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 간 AI 공동 선언도 나왔습니다.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15개국이 AI를 과학 연구의 중심에 두는 '교토 비전(Kyoto Vision)' 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연구소와 데이터 분석, 발견 파이프라인 전반에 AI 도구를 체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선언의 세부 내용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매체는 서명국을 16개국으로 보도했고, 선언문의 표현도 "서약(Pledged)"이 아닌 "노력(Endeavor)"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나 주관 기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제 공조가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지만, 선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한편 캐나다의 AI 거버넌스 자문사 AIGE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10월을 '총체적 AI 거버넌스의 달'로 선포했습니다. 올여름 AI 에이전트들이 허깅페이스를 침해하고 미국 연방기관·호주 메디케어 관련 데이터에 접근한 사건들이 잇따른 데 대한 대응입니다. "AI 에이전트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여러 겹의 통제로 실패를 가두고 인간의 권한을 설계 단계에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입니다.
5. 금융사 7곳 연쇄 해킹은 '동일범' 소행…AI 침투 도구 '아르텍스' 흔적
국내에서는 AI를 앞세운 해커가 금융권 7곳을 잇달아 파고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은 10월 4일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에서 발생한 침해 사고를 분석한 결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공격 정황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공격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영국 등 최소 8개국에 걸친 IP를 바꿔가며 금융사 시스템에 반복 침입했습니다. 특히 은행권을 공격한 IP에서는 '아르텍스(ARTEX) AI'라는 도구의 사용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아르텍스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취약점을 찾고 침투를 시도하는 자율형 보안 점검 도구로, 지난 7월 26일 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됐습니다. 원래는 해커보다 먼저 시스템의 구멍을 찾는 '모의 해킹'용 레드팀 도구입니다. 이 도구는 지난달 중국 바이두가 연 사이버 공격·방어 대회에서 150여 개 팀 중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개 도구인 데다 공격 IP도 여러 국가에 분산돼 있어 특정 국가나 조직을 배후로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피해 규모도 구체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신한은행에서는 2만 5천727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는 물론 연소득과 대출한도까지 포함됐습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각각 고객 119명, 89명의 정보가 새나갔고,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고객 정보 2천200여 건이 유출된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다행히 인터넷·모바일뱅킹 같은 대고객 서비스에 영향은 없었고, 금전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해커들은 정면 대신 우회를 택했습니다. 보안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내부 시스템을 노린 것입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쓰는 대출 진행현황 조회 서비스가, 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 지원 시스템이 뚫렸습니다. 본인 인증 없이 대출 신청 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던 개발 오류, 단말기 접근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업무 시스템, 알려진 취약점을 방치한 홈페이지 서버 등이 악용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공격자 IP와 보안 유의사항을 약 500개 금융사에 전파하고 12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배포했습니다. 은행과 카드사는 10월 6일까지, 증권·보험·저축은행·전자금융업자는 10월 8일까지 긴급 점검을 마쳐야 합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AI 공격은 AI로 방어하는 보안 체계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엄중한 사안"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6. 네이버 '에이전트 N' vs 카카오 '오픈AI 혈맹'…AI 에이전트 주도권 경쟁
국내 빅테크의 AI 에이전트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에이전틱 AI'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네이버는 '에이전트 N'을 중심으로 자체 생태계 강화에 집중합니다. 2026년 1분기 쇼핑을 시작으로, 2분기에는 검색과 AI 에이전트가 결합된 'AI 탭'을 출시하고, 여름에는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검색 엔진과 네이버페이, 지도, 블로그 등 국내 1위의 버티컬 서비스를 AI 에이전트로 묶어 'N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카카오는 외부와의 '혈맹'으로 맞섭니다. 오픈AI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2026년 1분기 카카오톡에 AI 검색 서비스 '카나나 서치'를 정식 출시하고, 오픈AI와 협력한 '챗GPT 포 카카오'로 이용자가 직접 AI 에이전트에 정보 탐색과 업무 수행을 요청할 수 있게 합니다. 국내 최초의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기반 개방형 플랫폼인 '플레이 MCP'를 연동해 외부에서 개발된 다양한 AI 서비스까지 카카오톡 안에서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LG유플러스와 범용 전화 AI의 라이트 버전도 연내 출시할 예정입니다.
자체 생태계를 AI로 묶는 네이버와, 외부 파트너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카카오. 두 회사의 전략이 국내 AI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됩니다.
AI 업계의 하루는 길고,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10억 달러의 베팅과 120일의 보고서 시한, 그리고 AI로 뚫리고 AI로 막아야 하는 보안의 역설까지. 내일의 브리핑에서는 뉴욕시의회 AI 청문회(10월 5일 개최)의 결과와 앤트로픽 IPO의 후속 소식을 중심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